좌파에게는 좀 더 엄격한 도덕률이 요구된다. 김규항의 표현을 인용하자면 우파는 자신의 양심을 건사하는 일만으로도 건전할 수 있지만 좌파는 다른 이의 양심까지 지켜내야 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좌파로 사는 일은 우파로 사는 일에 비할 수 없이 어려우며 어느 시대나 좌파로 살 수 있는 인간적 소양을 가진 사람은 아주 적다. B급이든 C급이든 감히 스스로 좌파라고 이야기할 수 있으려면 매 순간 순간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좌파라면 아마도 화석연료를 길거리에 쏟아가며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데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하고 반 생태적인 육식이나 평균 이상의 비싼 식사를 부담스러워 해야 하고 사회적 약자의 슬픔에 동조하고 함께 분노할 수 있어야 하고 어쩌다 행복하다고 느낄 때 이렇게 행복해도 좋은 것인지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좌파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지만 그 행복이 다른 사람의 행복을 희생해서 얻은 것은 아닌지 살필 수 있어야 한다.
좌파는 그래서 부지런히 공부해야 한다. 좌파가 주식투자를 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주식투자는 언뜻 아무도 괴롭히지 않으며 아무런 갈등도 유발하지 않고 투자 실패의 책임도 어디까지나 투자자 본인의 몫이다. 게다가 우리 사회에서 주식과 부동산 투자만큼 확실한 자산증식의 수단도 없지 않은가. 주식투자를 하지 않으면 게으르고 시대에 뒤떨어진데다 미래에 대한 계획이 없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
미디어오늘의 기자인 이정환씨가 인권사랑운동방에 쓴 글의 일부다. 좌파가 주식투자를 해도 좋은가.라는 제목의 글이다. 결론은 역시 아니다. 이유는 주식시장은 제로섬게임이고, 주식투자를 하여 얻은 이익은 누군가의 손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 위와 같이 좌파의 마음가짐 혹은 의무사항을 적었다.
스스로를 사회주의자, 혹은 사민주의자, 좌파, 좌빨이라고 말하는 나는 순간 저 제목을 보고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주 잠시 고민에 빠졌다. 분명 내가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할 것이며, 그렇다면 너는 좌파가 아니야라고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글을 끝까지 읽는다면 그런 의도는 전혀 없으며, 제목처럼 주식투자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글을 읽는 좌파로서는 왠지 뜨끔한 건 사실이다.
승용차를 몰고 다니고, 육식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즐기고, 비싼 음식도 종종 먹는다. 나는 과연 행동을 할 때 다른 사람의 희생을 생각하는 것일까.
언젠가 친구와 한 이야기 중에 그런 것이 있었다. 불과 1년전만해도 길거리에서 돌아다니며 담배를 피고, 피고 남은 꽁초를 아무 곳에나 버렸었는데 촛불시위 이후 그러지 못하겠다고. 여기서 말하는 그런 도덕이라는 것을 지켜야 내가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더 많은 도덕성이 필요하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더 반성해야겠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