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February, 2009

24시티

24시티를 보았다. 돌아보니 꾸준히 지아장커의 영화를 봤다. 개봉하자마자 봐야만 했던 감독의 영화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다. 24시티가 개봉하는 조차 몰랐고, 이미 알았을 때는 24시티가 막을 내린 다음이었다. 다행이도 시네큐브에서 지아장커 감독전을 개최했다. 소무도 보고 싶었으나 몸과 마음이 힘들었다.
지아장커는 역시나 이번에도 조금 더 나아간 듯 하다. 초기 극영화는 6세대적인 영화적 미학을 새로이 만들었던 것 같다. 이번 영화가 '세계'를 거쳐 '무용' 후에 나왔다는 것은 어찌보면 납득할 만한 일.
24시티를 본 후 궁금한 것은 사실 그의 인터뷰를 보면 거의 대부분이 해결된다.
그가 다큐의 형식을 선택한 이유, 디지털을 고집하는 이유, 4명의 배우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들.
솔직히 이것이 내가 궁금한 모든 것 아닐까. 게다가 이 인터뷰에는 어떤 훌륭한 관객에 의해 공간에 대한 지아장커의 생각도 확인할 수 있다.
24시티를 보면서 느낀 나의 느낌을 이야기하자면 처음에 마치 초상이나 영정을 찍는 것 같이 등장했던 어떤 아저씨. 다 늙은 할아버지를 찾아가 눈물을 흘리던 아저씨가 다 비어있는 공장에서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한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 아저씨는 역시나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공장에 들어와서 칼 같이 생긴 도구를 만들어 쓰다가 쉽게 버렸는데 어떤 고참이 재료를, 도구를 함부로 버리면 안된다면서 자신이 버린 것을 가져다가 썼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 아저씨가 할아버지를 찾아가 흘리는 눈물은 무엇일까. 옛날의 일이 떠올라서. 그렇게 대단했던 고참이 이제 귀도 안들리고 말도 제대로 할 줄 몰라서 인가.
전쟁이 한창일 때는 잘 나갔지만 결국 군수산업이 하향세에 접어들고 더이상 가치가 없어지자 공장을 허물고 24시티를 올리는 것에서 더이상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그 자신과 오버랩된 것은 아닐까.
마지막 씬에서 자오타오가 어느 빌딩 옥상(아마도 옛 학교에서 바라본 자신이 곧 매니저를 할지 모르는 그 타워의 꼭대기)에서 청도를 바라보는 모습이 뭉클한 것은 단순히 420 공장이 없어지고 24시티가 된 모습을 보여줘서는 아닐 것이다. 자신은 노동자가 아니라 노동자의 딸일 뿐이라고 말하는 자오타오가 어느 날 420 공장에서 남자와 같은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뛰쳐나와 부모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결국에는 24시티에 모실거라며 울먹이는 이야기는 식상할지 모르지만 급변하는 중국 속을 살아가는 지금의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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