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장면은 검은 화면에 남녀가 사랑에 대해 대화를 하고, 마지막 장면은 역시 검은 화면에 처음의 그 남자가 혼자 독백을 한다.
"수쥬"는 상하이를 흐르는 강의 이름이다. 수쥬는 한강처럼 고수부지가 있다거나 깨끗하게 만들어 놓은 강이 아니다. 그건 수쥬보다는 황푸장이 더 가깝다.
강 위에는 많은 배들이 있고, 그 배는 사람들의 밥줄로서 수쥬허를 운행한다. 어떤 이는 배 위에서 생활을 하고, 쓰리기를 버리고, 강은 더럽고 지저분하다.
그 강에 인어공주가 산다는 이야기가 뱃사람 사이에 퍼진다.
'수쥬'는 상해에 사는 어떤 촬영기사의 1인칭 시점의 영화며, 영화가 끝날 때까지 '나'의 얼굴은 나오지 않는다. 돈만 준다면 무엇이든지 찍는 이 남자는 어느 바에서 인어공주 쑈를 찍다가 인어공주 쇼를 하는 메이메이와 사랑에 빠진다. 메이메이는 '나'에게 사랑이야기를 들려준다. 마다르라는 오토바이 배달부의 이야기다.
오토바이를 좋아하는 마다르는 어느날 무단이라는 여자를 배달하는 일을 맡게 되고 계속되는 일로 무단을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돈 앞에 무단을 배신하고, 무단은 다리에서 수쥬로 뛰어든다.
뛰어들기 전 무단은 마다르에게 말한다.
"죽어서 인어가 될거야."
마다르는 무단을 구하기 위해 같이 뛰어들지만 경찰조차 무단의 시체를 찾을 수는 없었다. 그 후 수쥬의 뱃사람들 사이에 소문이 퍼진다. 수쥬에서 인어를 보았다는..
복역 후 다시 상하이로 돌아온 마다르는 무단과의 사랑을 느끼고 죽지 않았다고 믿으며, 다시 오토바이 배달일을 하며 무단을 찾는다. 여기까지가 메이메이가 말하는 사랑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영화는 더 재미있어지기 시작한다.
사실 메이메이가 말하는 사랑 이야기는 영화 속 '나'가 다시 말하는 관점의 이야기이며,
이 글에는 '여기까지'라고 써놓았지만 영화상에는 애매하다. 그도 그럴 것이 갑자기 마다르가 '나'의 현실 속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어느날 메이메이는 쇼 중간에 찾아온 마다르를 무시하고 쫓아보낸다. 마다르가 메이메이를 찾아온 이유는 단 하나. 메이메이의 얼굴이 무단의 얼굴과 같기 때문이다(1인2역). 메이메이는 느닷없이 찾아와 무단에 대해 이야기하는 마다르가 자신을 원한다 생각하고 귀찮아한다. 그리고는 어느날 마다르는 '나'에게 메이메이가 무단이 아니라고 말하며, 다시 무단을 찾으러 떠난다. 어느날 마다르에게서 편지가 온다. 마다르는 상해의 어느 편의점에서 무단을 찾은 것이다. 그리고 비오던 날 경찰이 '나'를 찾아와 시체를 확인해달라고 한다. 그 시체는 마다르와 무단이었으며, '나'는 죽은 무단이 혹 메이메이는 아닐까 메이메이를 찾아간다. 마다르와 무단이 죽은 소식을 들은 메이메이는 실려나가는 그 시체를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한다. 그리고는 첫장면의 대사가 그대로 반복된다.
"언젠가 내가 떠난다면 날 찾을 건가요? 마다르처럼?"
"그래."
"영원히 날 찾을 건가요?"
"그래."
"평생동안?"
"그래."
"거짓말..."
그리고 다음날 메이메이는 사랑한다면 마다르처럼 자신을 찾으라는 메세지를 남기고 사라진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찾지 않는다. 새로운 시작이라고 외칠 뿐이다.
'나'가 촬영기사 임을 알려주는 처음의 화면은 1인칭 시점의 카메라이다. 하지만 이 화면은 주인공의 두 눈이 보고 있는 화면이 아니라 '나'가 들고 있는 카메라의 시선이다. 게다가 이 첫 장면들은 이 영화의 이야기가 끝난, 그러니까 메이메이가 떠나간 후의 시점에서 말하며, 보고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나'는 수쥬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 사람들의 모습을 찍는,
메이메이를 만나기 전과 똑같은 심정일 뿐이다. 그 화면은 어지럽고, 혼란스러우며, 자극적이다. 그러면서 그저 현재의 상해를 어렵사리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여주며, 수쥬는 더럽고, 지저분하고, 시체가 나오는 강이라고 말을 한다. 그 수쥬강에 얽힌 이야기가 그리고나서 시작된다.
'나'는 그 이야기가 처음에는 사실이 아닌 거짓말쯤으로 믿고 있었다. 단순한 사랑이야기라고 믿은 것이다. 그저 메이메이가 떠나면 영원히 찾을 거라고 말하는 바로 그런 거짓말이다. 그러나 그 거짓이 현실에서 마다르의 존재로 나타났을 때 '나'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보드카를 마시고 메이메이가 연락없이 돌아오지 않는데서 불안함을 느끼고, 찾아온 마다르에게 속으로 욕을 한다. 그 거짓은 점점 현실을 압도하고 급기야는 메이메이가 떠나가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멈춘다. 마다르처럼 메이메이를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이라고 말을 한다. 그러니까 처음에 바라본 수쥬강의 모습이 바로 '나'의 현실이며, '나'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이다. 그것이 바로 현대의 상하이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나'는 인어를 수쥬에서 찾고 싶지만 마다르가 죽은 지금, '나'외에는 인어를 찾을 방법이 없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포기한다. 인어를 보고 싶고 찾고 싶고 다시 끌어안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바로 지금의 상하이다.
마다르가 메이메이가 쇼를 하는 바의 네온 사인 간판인 "happy"를 돌을 던져 깨는 모습에서 더 이상의 행복은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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