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May, 2007

The hand

This is the article that I wrote after watching Wong Kar wai's former film, the hand.
It is one episode of the movie "Eros".
At that time this writing was published in cinema weekly magazine Cine21 in July 2005.


2046이 극장에서 내려진 뒤 얼마나 기다려야 그의 다음 영화가 나올까 생각했다.
다행이도 1년도 채 되지 않아 새로운 영화가 나왔다. 물론 1시간도 되지 않는 중편 정도의 영화지만.
에로스는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을 위해 젊은(?) 두 감독이 만든 두 개의 영화(그녀의 손길-왕가위, 꿈 속의 여인-스티븐 소더버그)와 그의 짧은 영화(위험한 관계-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로 이루어져있다.
그러니 왕가위의 "그녀의 손길" 역시 안토니오니 감독에 대한 존경 혹은 오마쥬 격인 영화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게 안토니오니의 영화는 blow up이 전부다.
정성일의 말대로 분명 이 영화가 안토니오니(의 영화)와의 관계를 빼고서는 생각할 수 없겠지만 무지몽매한 나로서는 이 영화를 그저 왕가위만의 영화로 볼 수 밖에 없다.
무엇인가 하나 부족한 듯, 특권을 빼앗긴 채 읽히는 영화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영화 - 그녀의 손길, the hand는 대단하다.
그리고 나는 이 영화에 대해 부족하지만 왕가위 만의 것으로 본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


영화의 제목은 "the hand"이다.
이 영화가 이끌어지게 되는 것은 손이며, 결국에 마무리되는 것도 손이다.
(역시 정성일의 말에 동감하는 바) 제목을 그녀의 손길이라고 번역한 것이 옳아보이진 않는다.
영화에서 후아의 손길이 중요하긴 하지만 손길보다는 손 자체의 의미가 더 중요해 보인다.
손 이야기에 앞서 왕가위의 스타일에 대해 말을 하고 싶다.
이 영화의 화면은 최근 작인 화양연화, 2046과 함께 생각해도 좋을 법하기 때문이다.
나는 왕가위를 스타일리스트라고 부르는 말을 좋아하진 않는다.
그가 분명 그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독특하게 홍콩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하지만 그 스타일보다도 더 깊은 곳에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스타일은 계속해서 변하고 있다.
사실 왕가위 스타일이라고 불려지는 것은 스텝프린팅 정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타락천사 이후 그러한 화면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화양연화 이후 2046은 본전도 못찾았다.(흥행면에서,우리나라에서. 물론 영화의 가치는 남고도 남지만.)
내 생각에 최근의 영화에서 그만의 스타일이라면 붉은 조명과 느린 트랙킹인 것 같다.
솔직히 나는 그를 트랙킹의 대가로 부르고 싶다.
영화 내내 조금씩 나타나는 그의 트래킹은 슬프다
벽을 바라다보는 장, 밖을 내다보는 후아, 후아의 옷에 천천히 손을 넣는 장, 마지막 침대에서 후아를 껴안은 장과 그를 뒤로 하고 움직여 황실 여관의 복도로 이동하는 화면 등등등.
그들의 장면에서 보이는 트랙킹은 정말 슬프다.
그래서 예전의 중경삼림과 타락천사 만을 떠올리며 스타일리스트라고 말하는 것은 역시 억지이며,
그의 영화를 단순히 스타일만을 갖고 이야기하는 것은 더더욱 무리이다.

많은 영화가 그러하겠지만 왕가위의 영화 역시 내러티브 상에 나타나 있는 이야기의 주제 외에도 화면 속에 왕가위만의 그 무엇이 들어있다.
the hand의 이야기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사랑에 얽힌 두 남녀의 이야기 이며,
그 이야기는 역시 사랑을 하나 사랑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고, 서로가 엇갈려 바라보는 이야기 이다.
이런 내러티브는 아비정전과 동서사독,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2046에서 복잡할 대로 복잡하고 수없이도 반복되었던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the hand는 단 두 명의 사랑이 나오는 어찌보면 단순한 이야기다.
재단사인 남자는 여자를 바라보고 사랑한다. 그 여자는 창녀이고, 사랑보다는 돈을 위해 남자의 사랑을 알지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여자는 남자를 좋아하지만 마지막까지 돈줄을 놓지 않으며, 모든 것을 잃고 몸뚱이도 잃고 손만이 남았을 때조차도 그를 거부하려 한다.
그리고 남자는 여자로 향한 사랑을 확인하며 불안한 마지막을 보여준다.
이야기는 이것이 끝이다. 하지만 1시간이 채 되지 않는 이 영화를 보며 감동을 받게 된다.
그건 단순한 이야기 때문은 아닐 것이며, 더더욱 그만의 스타일 때문도 아닐 것이다.

이 영화를 화양연화와 2046의 연장으로 보아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두 영화에서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은 결국에는 마주보지 못하고, 거울을 통해 반사되고, 유리에 굴절되며, 커튼에 가려진다.
그런 화면의 모습은 여기에도 있지만 더 앞으로 나아간 듯 하다.
영화를 다시 보면서 정말 놀랐던 것이 있는데 한 씬에서 컷과 컷 사이에 느닷없는 컷이 나오는 장면이 있다.
후아가 전화를 하는 장면이 그렇다. 그 장면은 컷이 A-B-A의 형태인데 A와 B는 사실 똑같은 장면이다.
그 말은 두 컷 모두 후아가 전화기를 손에 들고 전화를 하는 장면을 45도 정도에서 비스듬히 보여주는 컷인데, 왜 굳이 컷을 나누었을까.
자세히 본다면 느꼈을 테지만 B의 컷은 거울에 반사된 화면이다.
오른손으로 들고 있는 전화기가 왼손에 들려져있다.
하지만 이것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알아내기가 힘들다.
그 이유는 거울의 프레임이 화면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세상과 거울 속 세상이 반복된 A 컷이 아니라면 전화를 들고 있는 손이 오른손인지 왼손인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이런 장면은 이 뿐이 아니다.
장이 후아를 다시 만난 황실 여관에서 손으로 몸을 확인할 때 그의 얼굴을 후아에 어깨에 올려놓는 장면,
또 몸이 망가진 후 후아가 손으로 장을 만질 때의 장면도 그렇다.
이 장면은 카메라가 뒤로 이동하고 여관의 복도를 트랙킹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느 화면이 거울 속 화면인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더 깊이 생각하고 본다면 왼손과 오른손이 뒤바뀔 때 그것이 거울에 반사된 화면인지 아니면 두 개의 거울을 사용한 화면인지 아니면 그냥 찍은 것인지 또한 알 수 없다.
분명 배우의 표정을 보다 쉽게 화면에 구성하기 위해 그렇게 거울을 쓰는 것이 더 편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배우가 보는 모습과 내가 보는 모습이 뒤집혀있고, 역시나 거울은 자신을 비춰본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거울의 프레임을 화면에서 지워버림으로 인해 그들의 사랑이 무엇인가 잘못되었음을 마음 깊은 곳에서 느끼게 해주고
그들의 모습이 나의 모습은 아닐까 궁금하게 하기도 한다.
또한 그 장면들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그 구성을 이리저리 바꾸어 나로 하여금 죽음을 앞둔 그들의 사랑에 더한 감동을 받게 하는 것이다.

손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역시 정성일의 평을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뿐 아니라 이 영화에서 손은 사랑에 대한 소통의 매개이다.
그것이 손에서 시작하여 결국 몸으로 만난다는 건,
첫 장면에서 침대에 누워 손을 내미는 후아로 시작하여 그들이 처음 만나는 날로 플래시 백 되는 것으로 느껴지며,
또한 결국 영화가 진행되어 첫 장면과 만날 때 장이 전염병에 걸린 후아에게 키스를 하고 몸을 섞는 것에서 영화가 끝이 난다는 것으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마지막 초췌한, 장의 얼굴을 보며 전염병에 걸렸다고 믿는다-그들이 몸을 섞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이어지는 영화에는 손의 모습이 많이 등장한다.
재미있는 건 전화를 하는 장면이 의도적인 듯 너무도 많다는 것이다.
전화는 다른 장소에 있는, 직접 볼 수 없는 사람들의 소통의 매개이지만 분명 손을 이용해야만 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후아가 전화로 이야기 하는 내용이라고는 이기적이고 가식적인 말 뿐이며,
따라서 후아와 장의 대화는 전화로 이루어지지 못한다.
후아가 또다른 '장'과의 전화를 끊자 장이 '살이 쪘다'고 하는 형식적인 말은 나를 깜짝 놀라게 한다.
이렇게 볼 때 결국 그들이 소통하는 매개는 손이며,
후아는 손으로 장이 재단사가 되도록 이끌어주고. 장은 후아를 위해 치수를 재고, 옷을 만든다(손으로).
결국 그들의 진심은 몸이 다 망가지고 손만이 남은 후에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둘의 사랑은 여기서 끝이 난다.
남겨진 사람을 그렸던 화양연화와 2046과는 달리 마지막을 보여줘 더 슬플 뿐이다.(마지막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전작들을 잇는 영화 화면의 조명 및 트래킹, 그리고 거울을 사용한 그만의 표현에서 분명 왕가위 만의 스타일을 분명 느낄 수 있으며, 손을 통한 내러티브 전개에 있어서도 충분히 감동적이다.
그럼에도 그가 표현하는 바가 이전의 작품에서 보다 분명 한 발자욱 앞서 나간 것은 분명해 보이며,
이로써 나는 또다시 그의 영화를 학수고대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ps. 제목이 the hand인 만큼 미장센에도 신경을 많이 쓴 듯.
후아의 상황에 따라 바뀌는 반지의 위치가 그녀의 마음을 잘 표현하는 것 같고,
그만큼 왕가위의 섬세함이 느껴진다.
아차! 2046에서 차우가 콧수염의 반이 깎인 채로 바이링을 만나 침대에 누웠을 때 뒤집혀진 콧수염이 혹 거울 속의 모습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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