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규를 본 것이 언젠가.. 아마도 2006년. 그러니까 깨나 시간이 흘렀다. 한사코 공포와 두려움의 주제를 풀어오던 구로사와 기요시. 영화를 보기 전 저 아름답기한 포스터 뒤에 어떤 무시무시한 두려움을 알려줄까를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마치 기요시 감독이 바뀌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은 바뀐 것은 아닐까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니까 영화를 보고 나와 리플렛을 보며 역시 마케팅을 가족영화로 하고 있군. 이라고 생각할 때 무엇인가 다르긴 달랐던 것이다. 분명 이전의 영화와는 다른 분위기이지만 다시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두려움'이라는 것에서 벗어나진 않는 것 같다. 결국 권위의 상실이 가져오는 가족의 파괴, 그 과정.
평생직장과 같은 회사에서 하루아침에 잘린 류헤이. 같은 신세인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지만 그가 자살하자 있는 자존심은 다 포기하고 쇼핑몰 청소부로서 작업복을 입는다. 작업복을 입은 채 와이프를 만나자 결국 그가 할 수 있는 건 도망치는 것. 그에게 천만금의 돈이 생긴다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래서 그는 작업복을 입은 채로 집에 다시 돌아와 씻지도 않은 채 밥을 같이 먹는 것이다.
와이프는 집에서 계속 외면당한다. 튀김을 해도 먹지 않고, 도너츠를 해도 먹지 않는다. 허공을 팔을 뻗어보지만 역시 허공뿐이다. 하루에 단 몇분도 볼수 있을까한 첫째 아들이 이혼을 하라고 말해도 이내 고개를 젓는다. 그런 그에게 느닷없이 나타난 강도는 새로운 탈출의 계기다. 낯선 남자, 그것도 강도를 본의로 따라나선다. 하지만 그 일은 역시 꿈만 같은 일.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그렇게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첫째 아들이 미군에 입대하는 건 기요시 감독의 어쩌면 군대에 대한 생각을 보여주는 듯. 그럼에도 엄마의 꿈에 죽음으로 등장하는 꿈속 장면은 역시 기요시만의 센스 같다는 생각.
문득 피아노가 치고 싶어져 급식비를 땡까고 피아노를 배우는 둘째 아들. 학교에서도 튀는 만큼 집에서도 튀려다가 아버지가 밀쳐 머리를 다치고선 아버지에게 말을 하지 않던 녀석이 작업복을 입고 들어온 아버지에게는 말을 건네는 모습을 보니 그날 따뜻한 햇살의 아침은 좋긴 좋은 모양이다.
그렇게 흘러가는 삶이라지만 그래도 둘째 아들의 신동과 같은 피아노 실력에 류헤이 가족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피아노를 칠 때 모여드는 사람들. 살랑 살랑 불어오는 바람, 따뜻한 오후(아마도) 햇살까지.
처음으로 돌아가 첫 장면이 바람에 의해 날리는 종이와 책장들의 트래킹샷, 그리고 오즈야스지로의 시선과 유사한 정지화면을 뚫고 나타나는 엄마, 그리고 비바람이 들이치는 창을 닫았다가 다시 여는 그 컷.
삶은 그렇게 나도 모르게 비처럼 집안으로 들이닥쳤다가 문을 닫아 걸레로 깨끗이 치우기도 하지만, 가끔은 창문을 다시 열고 싶은 것이지.
약간은 변한 듯한 기요시의 영화가 다음에는 어떻게 변해있을까가 정말 궁금해진다.
ps. 야쿠쇼 코지의 등장으로 영화가 웃겼다. 하지만 그가 마치 귀신인양 사라졌을 때는 그 강도를 맡을 만한 사람이 야쿠쇼 코지라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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