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March, 2009

워낭소리

워낭소리가 관객 50만을 돌파했을 때 봤어야 했다. 100만이 넘어버리자 워낭소리에 대한 글이 인터넷에 넘쳐나기 시작했다. 심지어 종이신문을 들쳐봐도, 세상에 4대 일간지에서도 워낭소리에 대한 글이 있었다. 난 영화를 보기 위해 그 어떤 글도 읽지 않았다. 영화를 보기 전 들리는 이야기는 '너무 슬프다', 혹은 '잘 만들었다', '재미있다' 등 칭찬 일색.
기대감에 부푼 나머지 보게 된 워낭소리는 무엇인가 이상했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딸랑거리는 워낭의 소리. 그 소리가 내게는 너무나 거슬렸다. 심지어 그 소리가 동시 녹음의 소리가 아니라 후시라는 느낌이 들었고, 자세히 보자 그 소리는 역시 나중에 감독이 의도적으로 넣은 소리였다. 그런데 나는 그 소리가 너무 거슬렸다. 소가 비춰지는 컷이 나오면 여지없이 들리는 그 소리는 거의 쇄뇌의 느낌이었다.
영화를 보면서도 이것이 마치 영화인가 다큐인가 하는 느낌 또한 계속되었다. 영화는 소가 죽은 다음 플래시백으로 과거 몇년전부터 다시 시간이 흘러가는데 그 끝은 신기하게도 처음 시점이 아닌 소가 죽고 난 다음이다. 그러니까 돌이켜보면 처음에 할아버지가 워낭을 들고 과거를 회상하는데 그 회상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오지 못한다.
그래서???
그게 이상한 것이다. 밑도 끝도 없는 이 구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옆에서 와이프는 울고 있는데 정신이 없다. 슬플만한 겨를이 없다. 후에 씨네21의 정한석과 허문영의 글을 보았다. 허문영은 지아장커의 24시티를 빌어 다큐멘터리의 진실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소의 눈물 컷에 대해서는 좀 심하다는 생각도 들긴 하는데 거의 전적으로 허문영의 글에 동의한다. 글을 읽고 나니 마치 플래시백 이후는 상상이 아니었을까 하는 헛생각도 든다.

허문영의 말을 빌어 나조차도 환청과 환상에 헤메게 하는 영화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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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글을 쓰고나니 너무 인색한듯. 몇몇 컷은 정말 뛰어나다. 파아란 논위로 트럭이 지나가는 컷이랄까. 우리나라 시골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것은 정말 이 영화 아니고서는 힘든 일이다. 게다가 그 모든 것이 정말 "한국적"이라는데 왠지 모를 고마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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