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에는 집에서 EBS를 주로 본다. 어제는 아프리카의 부족들을 찾아가서 그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그런 프로그램을 했다. 여행과 관련된 프로그램이나 세계의 모습을 보여주는 다큐같은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지라 근 한 시간동안을 보았는데 그들은 아프리카의 유목민이었다. 일년에 30~40회 가량 집을 옮겨다닌다. 그러니 집이 있을리 만무하다. 1~2주간 머물 곳에서는 나무로 움막을 만들어 산다. 아프리카의 고원지대, 초원이기 때문에 나무가 많지 않아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겨우 햇볕만 가리는 정도. 고원이라 밤에는 쌀쌀해지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촬영 중 한 임산부가 아기를 낳았는데 태어난지 일주일이 넘자 이제는 다행이라며 좋아한다. 신생아 사망율이 50%라니 그럴만하다. 산모는 산후조리를 해야 하지만 모포로 겨우 나무 위를 덮어 찬바람을 조금 더 막는 것이 전부이고, 남자들은 젖이 나오지 않는 산모를 위해 사냥을 나선다. 식생을 좋아하여 기생충에 쉽게 노출되고, 물은 말라버린 강바닥을 파낸 후 고여든 흙탕물을 어떤 필터링도 하지 않고 그냥 마신다. 그 물로 갓 태어난 아이를 닦는 것도, 어른들이 입던 지저분한 옷으로 그 젖은 몸을 닦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문명의 혜택을 보지 못한 이들은 그저 자연 그대로 살아간다. 그 모습이 어쩌면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과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는다. 그 모습을 보며 드는 생각이란 저들이 저렇게 살아가게 두어야 하는가. 아니면 문명의 혜택을 주어야 하는가 이다. 물론 그들이 문명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그저 어처구니 없이 목숨을 잃지 않게라도 해야 하지 않는가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작년에 알라스카의 어떤 할머니가 죽음으로 인해 하나의 언어가 사라져버렸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래서 어느 민족의 고유한 전통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제는 조금 다른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김연수씨의 블로그에 있는 어떤 글을 읽었기 때문이다. 그 글은 김연수씨가 중국 연길에서 살 당시 조선족 산악회 모임을 통해 산을 등반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그는 산 정상에 올라 신입회원 환영회에서 회원들이 북한의 국가와 남한의 국가를 연달아 부르는 것을 보고 기이한 경험을 한 것이다. 나도 만약 그런 상황이었다면 놀라긴 했으리라. 그런데 김연수씨는 그 모습에서 민족을 떠올린 것이다. 소설가로서 쓰는 모든 소설은 분단 문학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꼈고, 통일된 미래의 우리나라 문학에 기대감을 본 것이다. 그 글을 읽고 난 '민족이란 그런 것이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
그러니까 내가 아프리카 오지의 유목민들을 보며 느낀 약간의 연민, 혹은 그들은 내버려둬야 하지 않나 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그저 그들만의 생각일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그 방송을 미국의 , 영국의, 프랑스의 흑인들이 보았다면 그들은 어떻게 느꼈을까. 그들은 내가 어렴풋이 느낀 민족의 감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지는 않았을까.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혹은 교육적으로 한민족이라고 이야기해오고 있으니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그것이 어떤 느낌일런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불과 200년 전 티브이의 그 모습대로 살고 있다가 스페인의 벨기에의 네덜란드의 영국의 해군에 의해 붙잡혀 유럽으로 미국으로 간 흑인들이 바로 그들의 조상인데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느낌을 받을까.
그러다가 생각은 나로 돌아왔다. 저기 타슈켄트의 고려인이나 연길의 조선족을 티브이를 통해 보면서 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가. 그저 어쩔 수 없다는 자포자기일뿐 아닐까. 그들은 우즈베키스탄의, 중국의 국민일 뿐이고, 그 흑인들은 케냐의 국민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것은 자포자기가 아니다. 내가 그들을 위해 무엇인가 결과가 드러나는 일을 할 수 없을 뿐이다. 이렇게 티브이를 통해서 그들을, 그들의 생활과 이야기를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지 모른다. 그것이 지금은 단순한 지식일지언정 훗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때가 온다면 그 지식으로 인해 세상을 바뀔 수 있으니까.
앞으로 사라져버릴 에스키모 언어를 그 할머니의 목소리를 통해 언어를 녹음한 어느 미국인도, EBS의 프로그램 기획자도, 오지를 탐험하여 세상에 보여주는 헤어조크도 스스로의 능력을 펼친 것임에 분명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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