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이다.
보통은 12월 말께에 대강의 한해를 정리했었는데 이런 저런 핑계로 인하여 못하고 말았다.
08년에 깨나 큰 사건 사고가 있었고, 그런 일들이 나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주목할만한 개인적인 일도 있었다.
그러한 이유로 말미암아 신년에 하지 않았던 신년계획같은 것도 한 번 해볼까 한다.
물론 거기에 금연이나 금주 같은 말도 되지 않는 작심삼일의 계획은 넣지 않을 계획이다.
2008년 일들.
나름 베스트 10이랄까 5.. 머 이런 식의 숫자 붙이기 놀이를 좋아하지 않는 관계로 생각나는 순으로 적어봄.
1. 결혼
이제 다시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는 생각도 코딱지의 때만큼 들지만 나름 결혼 준비를 하면서 보낸 시간이나 결혼을 한 후에 총각으로서는 해야할 필요가 없는 일을 하느라 시간을 깨나 썼다.
좋게 보면 익숙치 않았던 일을 해야하는 상황이 다양한 경험을 쌓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며, 나쁘게 말하면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별로 내키지 않는 일을 해야 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짧게 경험한 결혼생활이고, 어차피 이런 일들이야 2009년, 나아가 평생 해야 할 일들이니 무엇이라 특별히 의미를 두고 싶지는 않다.
아직까지는 결혼으로 인해 큰 변화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런 변화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 생각없이 행동했던 것도 잘한 일 중에 하나다.
여튼 결혼으로 내가 크게 바뀌었다고 할까. 달라졌다고 할까. 머 그런 것 중에 하나는 외로움을 느낄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다.(이 부분을 생각하느라 정말 많은 시간을 보냈다) 보통은 집에 오면 이런저런 생각도 많이 하기도 하고, 책도 읽고 낮에 생각했던 보고싶은 영화도 보곤 했는데 우선 집에 가면 와이프가 있으니 이런저런 깊은 생각하기도 쉽지 않고, 서로 부딪히는 부분에 대해 나도 분명 양보해야 할 필요가 있으니, 총각 때는 마음에 따라 며칠 씩 하지도 않던 청소나 설겆이를 이제는 해야 하고, 와이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니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기도 쉽지 않다. 그런 것들이 나름 불만이라고 한다면 미처 좋은 것이라고 의미를 둘 수있는 외로움을 느끼지 않은 것이 작아보일 수 있는데 돌이켜보면 분명 좋은 일인 것이다.
2. 팀장이 전출되다.
좋던 싫던 자그만치 7년을 같이 해오고, 지시를 받아오던 팀장이 저 멀리 발령이 나서 바로 윗 사람이 팀장이 되었다. 지금 팀장하고는 마찰이 거의 없을 뿐더러 업무처리도 지난 팀장보다는 훨씬 나아서 일하는 것이 많이 쉬워졌다. 그럼에도 내 업무는 더 바쁘게 되었는데 기존 팀장의 자리를 지금 팀장이 완벽하게 메꾸지 못해서이기도 하고, 우리 회사 시스템 상 사장이 직접 나를 찾는 일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팀 분위기는 좋아진 듯 하였으나 신임 팀장 6개월 통증이라고나 할까? 12월에는 신임 팀장이 과거 팀장을 닮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나름 신입과 팀장의 중개를 하였으나 큰 소용이 없는 듯 하며 낙동강 오리알이 되지 않나 하는 느낌도 들었다. 머랄까 팀원과 팀장의 중간에 선 느낌으로 일을 했고, 분명 12월 사태 이후로 팀내 나의 위치가 어떤 것일까 하는 고민, 업무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 등이 많아졌다. 시키는 일만 하던 나이가 이미 지났다는 걸 깨달았다. 그건 승진을 한 지금도 아직 고민 중.
3. 여행
2008년에 여행을, 그것도 해외여행을 자그만치 세 번이나 다녀왔다. 그중 한번은 신혼여행. 한번은 도쿄, 한번은 타이베이. 그렇게 가고 싶어하던 곳을 다녔는데 머랄까 나름대로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만 했을 뿐 정말 내가 그곳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잘 몰라 어리둥절.
시간은 빨리 가고 여행기간도 2박 3일이니 그저 유명한 투어리스트 스팟에만 갔다오는 게 고작이다. 또한 여행을 준비하며 너무 많은 것을 와이프에게 맞긴 것도 큰 실수다. 바쁘다는 핑계로 이런 저런 일들, 비행기표나 호텔 예약이랄까. 또는 가장 중요한 가야할 곳들을 선정하는 일들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언제나 영화제가 즐거운 것은 누구 말마따나 그 시간표를 짜는데 있는 것처럼 분명 다시 돌아올 것을 알면서도 그 짧은 시간 내에 어디를 어떤 동선으로 최소의 비용을 들여가며 돌아다니며, 그 곳에서 나는 어떤 것을 기대하고 꼭 보아야겠다고 느끼는 건지 생각조차 안한 것이 문제였다. 이런 식으로 여행을 가니 결국 쓰는 돈은 많아지고, 즐겁다고 느끼지 못한 것 같다. 여행은 여권을 지저분하게 하는 일이 아니다.
고로 다음에 여행을 하게 된다면, 꼭 정말, 가보고 싶었던 곳을 정말 많은 공부를 하여 떠날 것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문득...
4. 촛불
09년 1월 1일 0시를 이명박 타도를 외치며 맞이했다. 그렇게 08년이 지나고 09년을 맞았다. 5월부터 참가한 촛불집회는 개인적으로 정치에 대해 피상적으로 갖고 있던 내 생각을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바꾸어주었다. 혁명이랄까. 파시즘이랄까. 광우병이랄까. 국개론(?)이랄까. 그런 부분을 곰곰히 생각할 수 있던 기회였다. 우리나라가 민주공화국이었던 적은 없지만 민주화가 점차 되어 가고 있는 와중에 엄청난 후퇴를 한 것이나, 우리나라 공직자들이 정말 바보천치 멍텅구리들만 모일 수도 있구나 하는 웃음, 정말 국민은 개ㅅㄲ인가 하는 생각, 이 나라를 좋아하지만 이민가는게 나에게 이득이라고 와이프와 이야기한 것들, 그냥 확 내가 폭탄을 짊어지고 저들 앞으로 가야만 하나 라는 허무맹랑한 상상까지.
5. 경제
9월부터 경제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어찌보면 다 이놈의 미친정부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봄에는 광우병에 대해 공부를 시키더니 이제는 경제다. 지금껏 관심을 가져보지 않던 부분인 경제를, 이 놈의 나라가 망해가는 걸 내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아고라 경방에서 한동안을 살았다. 9월부터 미네르바를 알았고, 열광했던 한 사람이었다. 운이 좋게 회사에서 시행하는 무료 독서 교육에 경제 부문을 선택함으로써 2달간 경제관련 서적을 읽고 리포트를 제출했고, 2권의 경제학 책을 추가로 구입하여 읽고 있으며, rss feed를 통해 이른바 인터넷 경제 고수의 글을 매일 구독했다. 아직 몇개월 되지 않는 초보라 많이 모르긴 하지만 적어도 이놈의 정부가 개판친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또한 경제학 공부가 조금 어렵긴 해도 재미도 조금 있어서 꾸준히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러니 자연스레 나중에 재테크를 통해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요즘은 공부한 내용을 모의 실험을 통해 확인해보고 있는 중이다. 머 역시 쉽진 않다.
2009년 계획, 혹은 레졸루션
1. 절약
너무 뻔한가. 그런데 결혼 후 절약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새삼 느껴진다. 결혼 후에는 나만의 행동으로 절약이 될 수 없다. 가치 판단에 대해 한 사람이 더 끼어들어 객관적인 판단이 어려워질 때가 자연스레 많아진다. 자세한 목표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더 고민해야 할 듯.
2. 아이
결혼 전에 이야기한 계획이 올해 여름쯤 아기를 갖는 것이었으니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아마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3. 공부
위에서 말한 경제 공부를 더.. 목표는 모의투자 성공률 50% 이상.
게다가 1월 주말에는 4시간씩 바리스타 교육이 있다. 에스프레소 입문반, 회사에서 공짜로 보내주는 것이긴 하지만 업무와 그닥 상관없고, 나중을 생각해보니 이런 것쯤 알아두워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서 울 회사에서 나홀로 신청했고, 결국 어떤 사람과 둘이 수강하게 되었다. 잘 하든 못하든 최선은 다할 것.
4. 회사
이건 정말 헷갈리는 부분이다. 나이를 먹어서일까, 회사 밥을 많이 먹어서일까. 회사에 봉사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적어도 내가 받는만큼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찌보면 책임이 많아지니 그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하여 아랫사람들에게 더 가혹하게 일을 시켜야 하는 입장이다. 이렇게 보니 또한 이기주의, 좋게 말하면 부하직원이 회사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결국엔 어쩔 수 없이 나에게 닥치는 일은 스스로 잘 처리하자는 생각이 든다. 언제가 글을 썼던 것도 같은데 회사에서 좋아하는 인간이 된다는 바로 그것.
그것이 훗날 생각할 때 유익할 지 불리할 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올해 계획 중 하나.
5. 영화
글쎄 영화로 해야할 지 문화생활이라고 해야할 지 잘 모르겠다. 예전 같았으면 관심있는 분야의 책이라도 샀었을 터인데 경제학 책으로 종목 변경을 했더니 점점 힘들다. 차를 타고 다니고, 게다가 부모님 집에 갈 일도 많지 않아 씨네21을 볼 기회도 없고, 인터넷을 하자니 feed되는 리더에는 온갖 황당무계한 당정청 뉴스 뿐이라 관심 갖기가 어렵다. 특히나 최근 두어달은 무슨 영화가 언제 어떻게 개봉하는지도 모르게 극장에 올랐다가 내려가니 나도 참.
세부 계획은 일주일에 한번은 컴터로 영화보기. 모아놓은 영화가 너무 많다. ㅋ 그러기에 앞서 우선 와이프에게 이 5번 레졸루션을 공개해야 함. ㅋ
6. 수영
4년째다. 얼마전 썼던 포스트에도 있듯 거의 수업을 하지 않는 레벨까지 왔지만 내게는 수영을 잘 하니 못하니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운동을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결혼이후 일주일에 3번 정도 수영을 나갔는데 올해는 4번이상 나가야 겠다.
7. 마지막 와이프한테 좀더 잘 할 것.
잘 한다는 의미를 어떻게 생각할 지 다른 사람은 잘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다. 나에 대해 조금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말을 툭툭 뱉는 안좋은 버릇이 있어 이런 것이 와이프한테도 종종 그렇게 된다. 알면서도 잘 고쳐지지 않는 고질병이지만 말로 인해서 와이프 삐치게 하는 일을 올해의 반 정도로만 줄여도 많이 성공한 것 아닐까.
ps. 하루만에 생각하고 쓰고 나니 무엇인가 빠뜨린게 있지 않은가 하는 조바심이 생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런 글을 두번 쓴다는 건 찌질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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